에너지 분야 국회 예산심의를 ‘감사’한다. -이강준-

 에너지 분야 국회 예산심의를 ‘감사’한다. 

작 성 : 이강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 

[ 요 약 ]


• 에너지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분야 예산은 에너지자원특별회계 예산 3조 2,862억원과 전력산업기반기금 1조 6,588억원 등 4조 9,450억원이었음. 이는 정부가 요구한 기금을 포함한 세출예산 283조 8,280억원의 1.7%에 해당.


• 예결위에서 에너지 관련 질의는 빈도 자체가 매우 적었음. 특히 원자력발전에 대한 낙관(이광재의원)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축소(강성종의원 등)에서 보여지 듯,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에 대한 정치적․정책적․철학적 판단을 갖춘 견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


• 예결위 13차 회의(11/19)에서 민주당 이광재 의원(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은 “원자력을 빨리 만드는 것, 증설하는 것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으로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환경단체든 어디든지 자신감을 가지고 설득을 해야 된다”며 원자력에 대한 강한 신념과 자신감을 피력하는 동시에 정부에게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더욱 매진할 것을 촉구했음. (F)


• 예결위 16차 회의(11/25)에서 민주당 강성종 의원(경기 의정부시 을)은 “실현 불가능하고 생색내기 같은 경우는, 전시행정적인 것은 이제는 좀 우리가 과감하게 배제시킬 수 있는 그런 노력을 부탁을 좀 드리겠습니다.”라며 태양광보급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했음. (F)


예결위 16차 회의(11/25)에서 민주당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정유사 독점구조에 따른 폭리구조에 대한 적절한 지적과 지식경제부의 시장불개입 주장에 대해 ‘지경부 해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써 가면서 맹공격함으로써, 정부의 허구성을 일정 부분 드러냄. (A)


• 지식경제위원회의 10차 회의(11/11)에서 민주당의 최철국 의원(경남 김해을)과 한나라당의 정태근 의원(서울 성북갑), 이달곤 의원(비례대표)은 태양광보급사업의 비효율성을 주장하며, 사업의 재검토와 예산삭감을 요구하였음. (D)


• 그 외, 지역구 예산 배정 요구(이명규 의원), 핵융합과 수소에너지 강화(이달곤 의원), 수도권 위성 도시 간 철도연계(이한성 의원) 등에 대한 질의가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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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땅 | 2008/12/31 12:00 | CEP 정치보고서 | 트랙백 | 덧글(0)

[COP14] 한국사회기후변화포럼을 준비하자

“구멍난 보트에서 웬 회의? 헤엄쳐야지, 헤엄!”
[14차 폴란드 기후변화당사국총회] 한국사회기후변화포럼을 준비하자

이유진 / 녹색연합 녹색에너지국장


▲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지리멸렬한 총회 분위기를 비꼰 NGO의 퍼포먼스. “펭귄 옷 입고 이러는 것도 정말 지겨워!” ⓒ프레시안
석탄 연기 자욱한 포즈난의 거리는 온통 회색빛이다. 총회 개최국인 폴란드는 전력의 94%를 석탄으로 생산한다. 10일째 진전이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펭귄 옷 입고 이러는 것도 정말 지겨워! 그런데 이러질 않으면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질 않으니 말이야.” 펭귄, 북극곰, 분장 제발 그만하고 싶다며 지루한 표정을 짓고 서있는 청년들의 퍼포먼스에 웃음이 난다. 위기의 지구에서 어른들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걱정 되는지 전 세계에서 참여한 200명의 청년들은 잠도 안자고 활동한다.

이렇게 다들 모여 난리를 치는 이유는 하나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2013년부터 어떻게 할 건데?”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회의장에서는 지금 당장 기후 변화 대응을 안 하면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5년 뒤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일단 계획을 세우는 마감시한은 내년 덴마크 코펜하겐회의로 잡았다. 12개월 남았다. 학생들이 시험 하루전날 벼락치기하고, 기자들이 마감시간 꼴딱꼴딱 넘겨가며 기사 송고 하듯이 올해 포즈난 회의에서는 다들 ‘변죽’만 울렸다. 모든 결정은 코펜하겐회의로 미뤄졌다. 게다가 포즈난의 시선은 지난 11~12일 열린 유럽정상회담과 내년 미국 워싱턴에서 불어올 ‘오바마 효과’에 쏠려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번 포즈난 회의 각국 대표들은 기후 변화를 둘러싼 과학적 진실을 ‘협상’ 무대에서 존중하지 않았고, NGO들이 외치는 ‘기후정의’의 목소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외면당하는 과학적 진실

회의 기간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전 세계 산호의 5분의 1이 이미 사라졌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향후 20~40년 안에 산호 대부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적인 기후변화연구기관인 틴달연구소의 앤더슨 박사는 한술 더 떠, “대기 중 탄소 농도는 IPCC나 스턴보고서의 우울한 시나리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기후 변화와의 싸움에서 인류는 패배했으며, 아주 나쁜 상황이 벌어질 것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650ppm 이하로 안정화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380ppm이며, 산업화이전은 280ppm이다. 매년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ppm씩 증가하고 있으며, UN에서 논의되는 세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안정화 목표는 450ppm이다. 12일 회의 마지막 날, ‘열정적인 기후 변화 전도사’ 엘 고어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인류의 목표는 350ppm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보다 30ppm을 더 줄이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치가 아니냐는 의아함에 엘 고어는 “과학적 진실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협상의 진실 : “진짜 협상은 내년으로”

그러나 회의장에서는 말 그대로의 ‘협상’이 벌어진다. 192개 나라가 저마다 패를 들고, 서로의 의중을 탐색했다. 선진국은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온실가스 감축 참여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하지만 1990년에서 2004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 순위는 EU,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순이다. 선진국의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옥스팜은 만약에 모든 나라가 중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수준으로 맞추면(1인당 4톤), 세계는 1990년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기후 변화 협상을 주도하던 EU는 한풀 꺾였다. 12일 브뤼셀에서 끝난 EU 27개국 정상회의에서 EU는 2020년까지 유럽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0% 감축하고, 재생 에너지 비중을 20%로 늘리며, 에너지 사용량을 20% 줄이는 ‘EU 기후변화ㆍ에너지 패키지(20-20-20)’에 합의했다. 1990년 대비 20% 감축이라는 기준점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세부 내용이 문제이다. 27개국은 각국의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상한선을 정하고 초과배출하면 유럽탄소거래시스템(EU ETS)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온실가스를 줄인다. 2013년부터 산업계와 발전소는 의무적으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하지만 독일 메르켈 총리의 주장으로 철강, 시멘트 산업과 동유럽 석탄화력발전소는 의무에서 제외되거나 할인받게 되었다. 절대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준 셈이다. 산업계가 사활을 걸고 로비한 결과이다. 재생 에너지 산업과 녹색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온 독일의 변화는 한국의 산업계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이 크다. 독일의 태도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미국에 넘겨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확실히 기후 변화 협상의 독불장군 ‘미국’에 대한 성토가 줄어들었다. 버락 오바마가 이끌 미국의 기후변화 정책을 일단은 기다려보자는 심산이다. 오바마는 코펜하겐에서의 “열정적인 활동”을 약속했다. 미국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개도국을 압박하면, 코펜하겐에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당분간은 다들 ‘오바마’ 행정부의 움직임만 쳐다보고 있게 생겼다.


기후정의는 어디에?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최선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그 목표치를 달성할 것인가에 대한 수단도 중요하다. 인간으로써 국가로써 생존하고 싶다는 투발루 환경부 장관의 외침처럼,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최빈국에 대한 지원은 확대되어야 한다. 이번회의에서 빈곤국들을 위한 지원 자금을 현재 8000만 달러에서 2012년까지 3억 달러로 늘린다는데 합의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날로 커가는 탄소시장에 대한 보완책도 시급하다. EU가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를 EU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줄인 배출권을 사서 충당하는 방식에 의존한다면, 선진국이 결국은 ‘낮은 가지의 열린 열매’를 손쉽게 따간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체적으로도 온실가스는 줄어들지 않는다. 중국, 인도, 한국에 집중되어 있는 CDM시장도 손봐야 한다. 열대림을 보전하는 산림전용 방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시장메커니즘에 전적으로 맡기는 것도 막아야 한다. 기후변화를 틈타 부활을 노리는 원자력대안론이나 탄소포집저장기술을 CDM에 포함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여성, 어린이, 원주민, 농민, 어민, 노동자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계층이 받게 될 영향을 최소화하고 준비하는 것도 시급하다. 그래서 NGO들의 구호는 “기후정의”이다. 다만 이들이 단순히 피해자가 아니라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원주민들이 숲을 지켜온 것은 대규모 벌목회사들이 한 짓보다는 훨씬 기후친화적이며, 농민들이 논을 지켜온 것도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 작동하는 것들이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영향을 받게 될 산업계 노동자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국제노총은 “국제노총은 기본적으로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노동자가 움직이지 않으면 기후변화도 막을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고용 문제와 맞물러 있는 만큼 노동자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기후 변화의 심각함을 알리며 각국 정부 대표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그린피스의 현수막. “기후 변화, 정말 심각하다!” ⓒ프레시안


코펜하겐으로 가는 길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기후 변화’의 파국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협상’을 통해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 대안에는 NGO들이 주장하는 ‘정의로움’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당사국들은 내년 3월, 6월, 8월 또는 9월, 이렇게 세 차례 독일 본에서 준비회의를 연다. 빠르면 6월, 늦어도 9월이면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 협약 초안이 나오게 된다. 지금까지 합의된 최소한의 감축 목표치는 발리회의에 따라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40%를 줄이는 것이다. 개도국 참여 여부는 아직 안개속이다. EU와 미국의 의지에 따라서, 또 이번회의에서 ‘협상의 적들’로 손꼽힌 캐나다, 일본, 호주, 러시아의 입장에 따라 초안은 달라진다. 중국과 인도도 캐스팅 보드를 쥐고 있다.

세계 금융 위기의 진행 상황과 미국 상원의 움직임도 살펴야 한다. 협상 도중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기상재해와 자연현상이 우리를 또 충격에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2009년 기후변화를 위한 인류의 대응은 그 어느 해보다 드라마틱할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발언에 따르면 내년 회의는 환경부장관급이 아니라 정상급회의로 격상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 사회에 남겨진 과제 : “한국기후변화포럼을 준비하자”

한국 정부도 바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얼리무버’를 선언했고, 2009년 한국은 202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겠노라고 전 세계에 공언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10위, 누적배출량 28위라는 역사적 책임에 알맞게,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감축 목표를 제시하면서도, 국내적으로도 실행력을 담보할 수 있는 목표치를 도출해내야 한다. 현재의 자연증가분 대비(BAU) 감축 목표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한국 대표단은 한국이 “기후변화협상에서 개도국과 선진국을 잇는 ‘다리’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OECD국가이면서 의무감축대상이 아닌 한국의 경우, 협상 분위기에 따라 “능력에 맞는 자발적 감축” 주장이 씨알도 안 먹힐 수도 있다.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아니면 선진국과 개도국의 집중 견제를 받게 될지 잘 생각해야 한다. 물론 한국의 NGO들도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핵 발전’ 정책에 ‘올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낼 필요가 있다.

이제 움직여야 할 곳은 정부만이 아니다. 노동자도, 농민도, 여성도, 청년도, 시민사회도 그만한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감축할 온실가스 목표치에 대해 논의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환경운동의 잘못 때문인지 현재 한국사회에서 ‘풀뿌리 차원’의 기후변화대응 논의는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 개인만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와 내가 속한 집단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와 핵 발전 의존도, 석유 고갈과 같은 기후 변화와 연관된 의제에 대해서도 논쟁하고 토론해야 한다.

2009년 5~6월쯤, ‘한국기후변화포럼’을 열어서 수많은 기후변화 의제를 풀어내는 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에서 우리는 모두 ‘당사자’이며,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개입만이 우리를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다. 내년에 열릴 기후변화당사국 총회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기 전에 우리가 먼저 행동에 나서야 한다.

▲ 지구의벗 리카르도 나바로 전 의장. ⓒ프레시안
“헤엄치는 수밖에 없어, 그럼 헤엄쳐야지, 어쩌겠어?”


국제적인 환경단체 ‘지구의 벗’을 이끌어온 리카르도 나바로는 국제사회 환경정책에 대해 그동안 많은 영향력을 미쳐왔으며, 한국사회의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의장에서 그를 만났다.

- 분위기 어때요?
“기후변화 때문에 사람이 죽어 가는데, 이 정도로 되겠어? 상태가 아주 안 좋아. 지금 450ppm, 550ppm 뭐 이산화탄소 농도 가지고 숫자놀음 하고 있는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지. 지금 각국 대표들은 의사란 말이야. 지구라는 환자가 실려 왔는데, 처방을 내려야지. 처방은 이미 나왔어. 사람들도 다 안단 말이지. 약을 5밀리그램을 급히 투여해야 하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짓이라곤 1밀리그램을 주사를 놓을지, 아니면 1.5밀리그램 주사를 놓을지 토론하고 있단 말이야. 처방이 5밀리그램이면, 5밀리그램 주사를 놓아야지. 안 그러면 사람이 죽잖아. 지금도 기후변화 때문에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 분위기로 봐서는 아무리해도 5밀리그램 주사를 놓을 것 같진 않은데, 어때요?
“무슨 소리야! 지금 우리가 구명보트를 타고 있는데, 보트에 구멍이 났어. 보트가 가라앉기 시작했단 말이야. 어떻게 해야 해? 살려면? 헤엄쳐야지 헤엄. 지금 당장 헤엄쳐야 살아남을 수 있는 순간인데, 해야 한다면 해야지. 죽을 정도의 위기인데 보트타고 거기서 회의하고 있겠어? 벌써 기후변화 때문에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니까!”

- 앞으로 어떻게 해야죠? 지금 분위기는 그래도 우울한데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아파라트헤이트’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종식되었잖아. 기후변화도 같아. 우리가 계속 외쳐야지. 언젠가는 무슨 수가 나게 돼있어. 지금 뭐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것도 긍정적인 변화야. 적어도 부시처럼 기후변화총회에서 ‘깽판’은 안 놓잖아. 내년이 정말 중요해.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해.

by 목땅 | 2008/12/31 11:56 | 에정 칼럼 | 트랙백 | 덧글(0)

[COP14] 은행들 뒤치다꺼리할 때 지구는 '할딱할딱'

"은행들 뒤치다꺼리할 때 지구는 '할딱할딱'"

[포즈난에서] 자본주의로부터 지구 구하기

/이정필 에너지정치센터 영상·미디어 팀장



▲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폴란드 포즈난에서는 전 세계의 온실 감축 방안의 틀을 짜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각국이 소극적인 가운데, 지난 6일 전 세계 약 2000여명의 NGO 활동가들이 모여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과 전 세계 시민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프레시안

사람들의 머릿속에 지구 온난화는 상식이 되었다. 이미 일부 국가는 경제적이거나 생태적인 이유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재생 가능 에너지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국가는 '국익'을 위해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관심조차 없다.

기후는 공유재적 성격을 갖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지구적 사안이다. 해결 방식을 결정하는 것 또한 지구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UNFCCC COP)에서 국가별 정책 프레임과 방식을 규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식을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우역곡절 끝에 탄생한 1997년 교토의정서는 당사국 총회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과연 교토의정서와 같은 시장 메커니즘이 지구와 인간을 구하는데 바람직하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인 방식일까?

작년 인도네시아 발리에 이어서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폴란드 포즈난에서 14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다. 2013년부터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설계하고 합의하는 게 목적이다. 최종 결정이 2009년 15차 코펜하겐 총회인 점을 감안하면 정확히 1년이 남은 셈이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경제 위기의 여파로 주요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다.

실제로 회의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예측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던 서유럽 국가들도 자국의 경제 상황을 핑계대고 있다. 총회 개최국인 폴란드는 세계 석탄 매장량 12위이고, 자국 전력의 94%를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한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력 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 폴란드 정부는 그렇게 되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밖에 없게 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이유를 들어 총회를 방해하고 있다.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자국의 단기적인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지구적 위기 상황에 대한 자신들의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 그런데 회의장 안팎에서 다른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NGO와 일부 제3세계 국가는 기후변화의 본질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있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은 기후변화 총회가 열리기 며칠 전 "기후변화 : 자본주의로부터 지구를 구하기(Climate Change : Save the Planet from Capitalism)"라는 기후변화에 대한 좌파적 입장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제3세계와 사회적 약자들의 주장을 대변한 '불편한 진실'이다. 그 진실을 행사장 곳곳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인류가 소위 문명을 이루고 살기 시작한 이래, 기후변화는 1750년대 산업혁명으로 시작되었다.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은 500만 년에 걸쳐 생성된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자국의 경제성장과 편리한 생활양식을 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체제의 끝없는 경쟁과 이윤 추구는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 이러한 체제에서 사람들은 인간이기보다는 소비자가 되었고, 지구는 천연자원과 원자재가 되었다. 현재 자본주의는 전 세계의 비대칭과 불균형의 원인이다. 소수의 사람들은 사치와 낭비로 지구를 소비하고,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굶주림에 고통을 받고 있다. 자본주의는 화석연료와 물, 토양, 숲을 상품으로 만들었고 이제는 기후까지 거래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기후변화 자체도 이미 사업이 되었다." 모든 것을 사고 팔수 있게 만드는 자본주의 특성상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전 세계 빈곤층과 약자들은 기후변화가 제시하는 "자본주의와 죽음의 길"과 "자연과의 조화와 인간다운 삶의 길"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탄소배출권거래(ETS)와 청정개발체제(CAM) 등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선진국과 체제 전환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약속이 바로 교토의정서다. 그러나 2012년까지 시간이 남긴 했지만, 현재까지 이들 국가들의 실적을 보면 2006년까지 배출 감축은커녕 1990년 대비 9.1%가 증가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CDM과 같이 개도국에 도입한 시장 메커니즘은 확실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장이 금융과 생산 시스템을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시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없고, 오직 금융업과 거대 기업들을 위한 막대한 사업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신들이 유발한 이번 금융위기에서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 4조1000억 달러를 책정했다. 이 액수는 단지 130억 달러뿐인 기후변화 프로그램에 비해 313배나 많다. 기후변화를 위한 자원은 불공평하게 분배되고 있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완화')과 비교하면,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위협받고 있는 문제('적응')에 훨씬 적은 자원이 투자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따르면, 적응에는 1710억 달러가 필요하고, 완화에는 38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150여개의 개도국에 약5억 달러의 적응 기금만이 조성되어 있다. 또 지구와 환경을 가장 많이 더럽힌 국가들에 대부분의 자금이 흘러들어가고 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국가들에게는 돌아가지 않는다. CDM 프로젝트의 약 80%가 4개의 신흥공업국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기후변화의 시장 메커니즘은 반환경적인 국가와 산업들이 기후변화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모순을 낳는다. 제3세계 국가들은 남반부에 대한 기술이전과 재정지원은 단지 말뿐이라고 비판한다.

▲ 한 NGO 활동가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에서 지구 온난화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북극곰을 내세우며 각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

12월 6일 포즈난 중심가에서 약 2시간 동안 열린 '기후변화대응 국제공동행동의 날'에 전 세계 약 2000여명의 NGO 활동가들이 모여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과 전 세계 시민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는 "Our Climate, Our Furture" "Time to Show Us the Hope" 등 다양한 구호들이 등장했다.

환경정의, 에너지정치센터, 진보신당 등 한국에서 도착한 '제14차 기후변화총회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회의 참가단'도 이날 캠페인에 동참해서 한 목소리를 냈다. 강도 높은 포스트 교토체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고, 특히 "Climate Justice Now"에 대한 주장이 각종 펼침막과 캠페인 물품에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그만큼 기후정의의 문제는 '적응'과 '정의로운 전환' 등 기후변화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담론이다.

이들 기후정의와 좌파세력들은 시장 메커니즘 중심의 교토메커니즘을 보다 급진적으로 변화시키길 원한다. 자본주의를 기후변화의 구조적 원인으로 보고, 선진국은 자신들의 소비 패턴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1500~2500억 달러에 달하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없애고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이것은 지역 분산적이고 중소규모의 태양, 지열, 풍력과 같은 대안적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리고 열대우림과 생물다양성을 파괴하는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통한 바이오연료를 반대한다.

무엇보다도 선진국의 1990년 대비 2012년까지 5%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확실하게 이행할 것을 강조한다. 지구를 오염시킨 국가들이 현재의 약속도 지키지 않은 채 미래에 더 많이 감축하겠다는 말을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은 최소한 2020년 40%와 2050년 90%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새로운 약속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국가에서 배출을 계속하기 위한 배출감축 인증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유연성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역사적으로 오염에 대한 책임이 없는 개도국은 현재의 상황을 가져온 야만적인 산업화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대안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형태를 실현하기에 필요한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도국은 전제조건으로 선진국의 재정지원과 기술 이전이 필요하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선진국들이 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통합 재정 메커니즘(Integral Financial Mechanism)을 구상한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프로그램 실행, 기술 발전과 이전, 흡수원 보존과 증대, 기후변화로 발생한 자연재해의 대응,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발전 계획 실행에 투자하길 원한다. 이 메커니즘이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ODA와 별도로 선진국들의 최소 GDP 1%와 오일과 가스, 금융거래, 해양과 항공운송과 다국적 기업의 이윤에 대한 세금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물론 재정은 프로그램에 직접 지원되어야 하고 시장 논리에 따른 프로젝트로 지원 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을 보존하고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 국가들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특히 세계은행과 지역 개발은행과 같은 중간단계를 거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술은 반드시 공적 영역에서 이전되어야 하고, 개도국에게 기술 이전을 방해하거나 더 비싸게 기술 이전을 하는 사적 형태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다. 이를 위해서 선진국은 특허권과 지적 재산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원주민들이 수세기 동안 자연과 조화롭게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하다고 증명된 방식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직접 연결시켜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의 '다른 세상'을 희망하고 있다. 총회 장소에 모인 정부 대표단과 산업계 대표들의 무관심과 침묵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바로 기후정의를 외칠 시간이다.

"Climate Justice Now"

by 목땅 | 2008/12/31 11:33 | 에정 칼럼 | 트랙백 | 덧글(0)

[COP14] 시민단체가 폴란드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다" 외친 까닭은?

시민단체가 폴란드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다" 외친 까닭은?
[포즈난에서] "한국 정부는 가면을 벗어라"

/이진우 에너지정치센터 정책국장(=포즈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있어 한국은 항상 두 가지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비부속서 국가(Non-Annex I)'라는 개발도상국 지위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받은 국가라는 총회 참가자들 인식 속의 지위이다.

한국은 공식적으로 2012년까지 효력이 지속되는 교토의정서 상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국의 상황을 말해주면 의외라는 듯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곤 한다.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국가이다. 에너지 사용량은 세계 10위고, 석유 소비량은 세계 5위이며 흔히 국력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GDP도 13위이다. 이런 지표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라면 누구든지 의아해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놓고 현재의 지구 온난화를 일으킨 건 산업혁명 이후 선진국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이고, 온실가스의 수명이 50~200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선진국들이 실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은 산업혁명 이후의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으로도 23위에 해당한다. 온실가스 의무 감축을 해야 하는 국가가 38개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자신을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 정부의 목적은 오로지 온실가스 의무 감축 회피

한국 정부의 금번 총회 입장은 두 문장으로 압축된다. "제2차 공약기간 중(2013~) 부속서(Annex)1 국가들의 선도적이고 추가적인 감축 목표 설정과 이의 달성을 위해 감축 수단이 논의되는 데는 동의"하고, 개발도상국은 "작위적인 개발도상국 세분화보다는 각국의 능력에 상응한 실질적 감축 행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의무 감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한국이 의무 감축 국가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매혹적인 제안으로 들린다. 선진국이 더 많이 감축하고, 개발도상국에겐 경제 발전의 기회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가식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의 주된 목적은 지구 온난화 방지에 있다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최대한 의무 감축을 늦추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속내를 숨기기 위해 한국 정부는 회기 중에 '장기 협력 행동 특별 작업반 회의(AWG-LCA)'에 여러 가지 제안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했다. (AWG-LCA에서는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장기 목표 설정, 적응, 재정 지원 등 가장 첨예한 의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제안한 제안서는 개발도상국과 일부 NGO의 지지를 받으며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내용은 크게 지구 온난화 완화를 위한 접근 방법과 개발도상국에 대한 재정·기술 지원 체계에 관한 것인데, 특히 개발도상국의 자발적 감축 방안에 대한 제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2020년도를 기준으로 하는 자발적인 감축 방안(NAMAs)을 제시하는 방법을 통해 개방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여전히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받아들여질지의 여부를 떠나 양측 모두에게 솔깃한 제안일 수도 있다. 게다가 일부 NGO들마저 협상이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의 제안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물론 인터뷰를 해보면 내용을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들 중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라는 걸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한국 정부가 세우고 있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보면 2020년까지는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나오는데, 그것이 한국 제안서에서 나온 시기와 일치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결국 한국 정부의 제안은 자신들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을 막기 위한 저열한 접근에 불과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어떤 합의인가, 이것이 포인트

온실가스 감축은 제로섬 게임이다. 어쨌든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야 하는 수준이란 게 있는 것이다. IPCC 4차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우리는 현재 쓰고 있는 온실가스의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한다. 그 시점을 지나면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칠 것이라는 게 그들의 경고다.

따라서 그것이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누군가는 그 수치만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제안은 회의가 파행으로 치닫는 것이 부담스러운 국가들에게 달콤한 사탕은 될지 모르겠지만 '지구 온난화 완화'라는 궁극적인 목적에는 물 타기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의 제안대로 개발도상국들이 자발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 등록하는 방법은 개발도상국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반강제적인 성격을 갖겠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협력하는 것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만 해도 2020년까지 온실가스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목표 아닌가! 그렇다고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들이 도와줘야 할 몫까지 더 감축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최악의 경우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지구 온난화를 막지 못하게 되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결과가 도출되어 서는 안 된다.

▲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에서 연설하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 이 자리에서 시민·사회단체는 "한국 정부 대표단은 가면을 벗고 진실을 보여라"라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프레시안

"더 이상 창피하기도 지겹다"

이번 당사국 총회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한국 정부 대표단의 이중적 태도를 알리고 한국 정부가 국제적 위상에 맞는 의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 활동의 일환으로 시민·사회단체는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한국 정부 대표 연설을 진행하는 총회장에서 장관 연설과 동시에 "Korean Delegation, Take off the Mask and Show Honesty and Sincerity!(한국 정부 대표단은 가면을 벗고 진실을 보여라)"란 이름으로 성명서를 배포했다.

성명서에는 한국이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실상은 선진국에 다름없고 따라서 온실가스 의무 감축 선언 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성명서를 읽은 참가자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의무 감축 국가가 아니었냐며 놀라워했다. 한국 정부가 우리들은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고 우기는 것도 웃지 못 할 일이지만, 환경단체와 노동조합들이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주장하는 것 역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청정 개발 체제(CDM)'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한국은 청정 개발 체제에서 발생되는 배출권(CERs) 순위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에 이어 4위에 이른다. 청정 개발 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투자해 얻어지는 배출권을 선진국의 배출권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개발도상국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이다.

유럽연합(EU)이 청정 개발 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을 분류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청정 개발 체제의 이익이 중국이나 인도 등에 너무 집중되어 있고, 선진국이나 다름없는 한국 등이 이를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EU의 제안에는 무조건 반대이고, 오히려 청정 개발 체제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국가는 한국을 돈만 아는 부도덕한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

한국 정부여, 의지를 보여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대표 연설을 통해 우리나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에 관심이 많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게 핵 발전의 비중만 높이는 성장이란 걸 알면 전 세계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구 온난화 완화는 경제의 문제이기 전에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다. 우리가 가야할 목표가 명확하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양보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 정부는 더 이상 위험한 줄타기를 그만두고, 국제적 위상과 도덕적 책무에 걸맞은 의지를 보여야 한다. 환경문제는 오염자 부담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일러준 건 국·검정교과서가 아니었던가.

by 목땅 | 2008/12/31 11:32 | 에정 칼럼 | 트랙백 | 덧글(0)

[COP14] 위기를 틈타 부활을 노리는 그들을 보라

"위기를 틈타 부활을 노리는 그들을 보라"

 

에너지정치센터 운영위원 /이헌석
▲ 12월 5일 옥스팜(Oxfam) 주최로 당사국총회 행사장에서 열린 이벤트. 2050년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될 이 아이들이 맞게 될 미래는 어떤 것일까? ⓒ프레시안

다양한 집단들, 그리고 분명한 입장 차이

기후변화협약 14차 당사국 총회가 지난 1일부터 폴란드 포즈난에서 열리고 있다. 공식 등록자 1만 명. 아침마다 각종 회의와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회의가 열리는 포즈난 국제 전시장은 분주하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정부 관계자들만 모이는 자리가 아니다. 회의를 취재하기 위해 모인 언론은 물론 환경단체, 이익단체, 원주민 단체에 상당수 회의가 개방돼 있고, 이들은 공식 출입증을 발급받는 것은 물론 사무실, 행사장 등을 지원받는다. 따라서 이곳에서 비정부기구(NGO)는 말 그대로 협상을 진행하는 정부 관계자가 아닌 이들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올해 포즈난 기후변화협약 총회의 주요 주제는 교토의정서 이후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는 2012년 이후 감축 대상과 방안에 대한 논의는 작년 발리회의에서 '발리 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었고, 2009년 11월말에 열리는 코펜하겐 회의를 시한으로 세계 각국은 치열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안으로 부각되는 것은 작년 발리 로드맵에서 채택된 개도국 산림 파괴 방지 사업(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in Developing Countries·REDD), 핵 발전과 탄소 포집 기술(CCS)에 대한 논쟁이다.

우선 REDD를 놓고는 비난의 목소리가 회의장 곳곳에서 계속 들리고 있다. 아직 화전 등의 방법을 통해 산림을 이용하는 원주민이 많을 뿐만 아니라, 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선진국들의 이해만 좇아온 세계은행 등이 적극 참여하고 있어서 기후변화 방지를 이유로 새로운 불평등을 조성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청정개발체제(CDM)에 핵 발전과 탄소 포집 기술이 포함 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이들이 교토의정서 체제의 핵심 저감 방안인 CDM에 포함될 경우, 에너지 효율성 향상과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을 중심으로 노력해온 그간의 성과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 산업계의 역습

국내에서는 핵 발전이 기후변화 방지에 역할이 크다는 광고가 연일 TV를 통해 나왔지만, 사실 기후변화와 핵 발전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었다. 기후변화협약에서 핵 발전을 온실가스 저감 방안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그간 핵 발전이 갖고 있는 다른 환경적 문제 즉, 사고위험, 폐기물 문제 등 때문에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 산업계의 지속적인 로비는 상황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8년 전망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치를 이산화탄소 기준 450ppm으로 안정화시키는 'Blue Map'을 발표한다. 포즈난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의장의 요청으로 발표되기도 한 이 안을 보면, 핵 발전은 향후 온실가스 저감 방안에서 6%를 차지한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 강화(36%)나 탄소 포집 기술(19%)에 비해서는 적은 양이지만, 지금까지 핵 발전이 온실가스 저감 방안으로 인정되지 않던 것에 비해서는 상당한 비중이다.

이러한 진전을 위해 그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세계원자력협회(WNA), 유럽원자력학회(ENS)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포즈난 회의에서도 이들의 전시 부스와 행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들은 핵 발전이 CDM 등에 적극적으로 포함되어야 함을 계속 역설하고 있다.

각종 세미나에서 이들은 핵 발전 없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다소 공격적인 내용으로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는 화력, 수력발전의 사고율을 보여주면서 어느 에너지나 항상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핵폐기물 처리 방안을 놓고는 아직 완전한 해결은 안 되었지만, 이는 인류가 함께 풀어나가야 문제라며 열린(!) 답변을 하는 등 자신감 있는 입장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사고 등 대형 사고로 인한 핵 산업계 위축, 핵폐기물 논란 등으로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겪었던 핵 산업계가 기후변화 문제를 계기로 '원자력 르네상스'를 열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 12월 4일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 온실가스를 450ppm으로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2050년까지 탄소 포집 기술을 통해 19%, 원자력 발전을 통해 6%의 온실가스를 줄일 것을 제안하고 있다. ⓒ프레시안

기후변화 방지의 발목을 잡는 핵 발전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린피스, 지구의벗를 비롯해 핵 문제에 전문적으로 대응해 온 WISE(World Information Service on Energy), NIRS(Nuclear Information & Resource Service) 등은 탄소 감축의 걸림돌(obstacle), 기후변화 방지를 훼손하는 핵 발전(Undermining Climate Protection), 에너지 효율성과 재생 가능 에너지에 투자될 돈과 시간을 훔치는(Steals time and money) 핵 발전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제기된 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분 문제는 물론이고 핵 발전으로 인해 그간 기후변화 방지를 위해 꾸준히 투자해 온 재생 가능 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사업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핵 발전은 기획 단계에서 완공까지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릴뿐더러 매우 비싼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반면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원은 1기의 발전량은 많지 않지만, 개별 발전소의 단가가 낮고 건설 기간이 짧아서 같은 비용을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에 쏟아 붓는다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들은 최근 핀란드가 건설을 결정하여 '원자력 르네상스'의 예로 많이 언급되는 올킬루오토(Olkiluoto) 3호기의 예를 들며, 2001년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던 당시부터 2008년까지 15억 유로(2조8000억 원)를 쏟아 부었는데, 만약 당시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같은 비용으로 했다면 핵발전소 건설과 같은 용량의 발전소가 지금 가동되고 있을 텐데, 아직도 핵발전소는 완공되려면 3~4년이나 남았으며, 그만큼 재생에너지 산업이 육성되지 못했다며 잘못된 선택을 비판한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갖고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는 정책 판단의 특징을 생각할 때 핵 발전의 융통성 없음은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 4개회사만 갖고 있는 주요 기기 설계 기술, 5개국 주요 생산국에 한정된 우라늄 채광, 4개 회사로 국한된 우라늄 농축기술 등은 핵 확산 문제와 함께 핵발전이 전 세계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사로 나설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이다.

▲ 그린피스와 유럽재생에너지회의(EREC)가 공동으로 발표한 'Energy [R]evolution' 중 세계 1차 에너지 소비 시나리오.(기준안/제시안). ⓒ프레시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위한 선택, 기후변화협약

핵 발전을 둘러싼 논쟁은 탄소 포집 기술(CCS) 논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제철소나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탄소 발생 공장에 탄소 포집 시설을 건설하여 지층에 보관하는 탄소 포집 기술은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희망으로 선전되곤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높은 비용과 기술적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화석연료 사용 저감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 아직 관련 기술이 완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에너지부에서만 2009년 연구개발(R&D) 예산으로 6억2000만 달러(약 9040억 원)이 편성되어 있고, 현재 예상 가격이 탄소 포집, 운송, 지층 저장, 모니터링을 합해 이산화탄소 1톤당 16.6달러에서 최대 91.3달러까지 예상되는 고비용 기술이다. 반면 탄소 포집 기술은 기본적으로 석탄 등 화석연료의 소비를 전재로 하기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은 줄지 않고 이후 지층을 통해 온실가스가 유출될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에 더 큰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는 기후변화문제를 위한 국제기구인 IPCC가 설립된 지 20년이 되었고, 교토의정서가 채택된 지 11년이 되는 해이다. 온실가스 문제는 인류의 계속된 화석연료 사용으로부터 지구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 시작되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의 핵심인 온실가스 감축은 계속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애초 환경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토의정서에 직접적인 감축 수단이 아닌 CDM, 배출권 거래와 같은 간접적 감축 수단이 포함되어 많은 비난을 받았고, 이는 이후 온실가스 감축까지 상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놀라운(!)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제 교토의정서가 효력을 다하고 새로운 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계속 추진하려는 시점에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본질과는 거리가 먼 핵 산업의 부활이나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회피 수단인 탄소 저감 기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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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온실가스 문제로 위기에 처한 인류가 이 문제를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까? 기존의 대용량, 과소비,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제를 바꾸지 못해 지금 겪고 있는 혼란보다 더 큰 혼란을 겪는 파국을 맞을 것인가?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으나, 그 선택에는 많은 유혹과 잘못된 희망(False Hope)이 도사리고 있다. 평소 기후변화 문제에 무관심 했더라도 매년 기후변화협약이 열리는 12월초 단 2주라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우려야 하는 것은 이 선택이 인류 전체와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일 것이다.

청년환경센터 / 이헌석

by 목땅 | 2008/12/31 11:29 | 에정 칼럼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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